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Dio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한 편씩 에세이를 보내드립니다.
『번역할 수 없는 마음들』이라는 제목의 연재입니다. 세계의 언어 속에서 한국어로 옮길 수 없는 단어 25개를 골라, 그 단어들을 거울 삼아 우리의 감정을 들여다봅니다. 25개의 단어가 모이면 한 권의 책이 됩니다.
첫 번째 글은 프롤로그입니다. 이 연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왜 이 단어들을 모으게 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프롤로그
번역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도쿄 진보초의 헌책방 거리에서, 나는 한동안 걸음을 멈추지 못했다.
출판 트렌드 조사차 들른 출장이었다. 낡은 건물 사이로 서점이 백 개 넘게 늘어선 골목. 간판 하나하나가 다른 서체였고, 유리문 너머로 천장까지 쌓인 책등이 보였다. 서점마다 전문 분야가 달랐다. 영화 전문, 지도 전문, 우키요에 전문. 세상에 이런 거리가 있다는 사실보다, 이 거리가 백 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움직였다.
그런데 그 감정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랐다. 감동은 아니다. 부러움도 아니다. 어떤 것이 오래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고요한 경외. 거기에 약간의 서글픔이 섞인 것. 한국의 헌책방 거리는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겹쳤을 수도 있다.
한국어에서 이 감정에 맞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귀국하고 나서도 그 감각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하나의 단어 앞에서 멈춰 섰다. 사우다드(saudade). 포르투갈어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그리움'. 영어로도 한국어로도 번역이 안 된다.
진보초에서 느낀 것이 정확히 사우다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문제였다. 분명히 느꼈는데 부를 이름이 없는 감정. 그리고 다른 어떤 언어에는 그 이름이 있다는 사실.
이 감정에 이름이 있었다. 내가 몰랐을 뿐이다.
출판사를 운영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를 묻는다. '요즘도 책이 팔려요?' 또는 '어떤 책을 만들어요?' 첫 번째 질문에는 웃고 넘기는 법을 배웠고, 두 번째 질문에는 아직도 깔끔한 답을 못 찾았다.
내가 하는 일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어려운 것을 쉽게, 낯선 것을 친숙하게, 거기 있는데 아직 이름 없는 것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
10권이 넘는 책을 만들었고, 65만 명이 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결국 내가 계속 하고 있는 건 '번역'이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그런 번역이 아니다. 세계 어딘가에 있는 좋은 생각, 좋은 감정, 좋은 기준을 한국의 독자에게 건네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일.
이 연재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날부터 세계의 언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핀란드어, 독일어, 일본어, 체코어, 웨일스어, 줄루어, 야간어. 한국어로 옮길 수 없는 단어들을 모았다. 200개가 넘는 후보가 쌓였다.
편집자의 일은 무엇을 넣을지보다 무엇을 뺄지 결정하는 데 있다. 200개의 단어 앞에서 하나의 기준을 세웠다. '이 단어 뒤에, 한국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가?'
단어의 뜻이 예쁘거나, 발음이 이국적이거나, SNS에서 화제가 된다고 해서 이 책에 들어오지는 못했다. 그 단어를 거울처럼 들었을 때, 우리의 모습이 비치는가. 우리가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이 거기에 있는가.
200개가 25개로 줄었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것이 있다. 이 연재는 '세계의 단어 사전'이 아니다. 단어를 예쁘게 소개하고 일러스트를 붙인 선물용 도감도 아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로 생각하는 한 출판인이, 다른 문화권의 언어를 통해 자기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에세이다. 단어는 입구이고, 도착지는 당신의 감정이다.
모든 에세이에는 한국 이야기가 들어 있다. 포르투갈의 사우다드를 말하면서 한국의 '그리움'을 이야기하고, 일본의 와비사비를 말하면서 한국의 '멋'을 이야기한다. 독일의 토르슐루스파닉을 말하면서 한국의 'N살까지는'을 이야기한다.
한국어에도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다. 정, 눈치, 한. 이 단어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정확한 대응어를 찾지 못한다. 2024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이후, 한국어의 이 고유한 결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언어의 단어를 배우는 일은, 결국 자기 언어를 더 깊이 이해하는 일이다.
이 연재는 일주일에 두 편씩, 하나의 단어를 다룬다. '쉬어도 괜찮다'에서 시작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로 끝난다. 의도했다.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25개의 단어를 읽는 동안, 당신은 아마 한 번쯤은 멈출 것이다. 어떤 단어 앞에서, 아, 이 감정을 나도 알고 있었는데, 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순간이 이 연재의 존재 이유다.
이름이 없던 감정에 이름이 붙는 순간, 우리는 조금 더 자유로워진다. 설명할 수 없던 마음이 한 단어로 정리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그 감정을 놓아줄 수 있게 된다. 혹은 반대로, 더 단단히 붙잡을 수 있게 된다.
이 연재를 읽는 동안, 당신도 자신만의 번역 불가능한 단어를 발견하게 되기를.
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