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hort 2.0: 광기와 고독 사이

Big Short 2.0: 광기와 고독 사이

; 마이클 버리는 왜 다시 역주행을 시작했는가?

카산드라의 저주와 축제의 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산드라를 아십니까?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아무도 그 예언을 믿어주지 않는 저주를 받은 인물입니다. 그녀가 "트로이의 목마를 들여놓으면 멸망한다"고 외쳤을 때, 사람들은 승리에 취해 그녀를 미치광이 취급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트로이의 멸망이었죠.

월스트리트에도 카산드라가 있습니다.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2008년, 전 세계가 "부동산 불패"를 외치며 샴페인을 터뜨릴 때, 홀로 "파멸"에 배팅했던 남자입니다.

지금, 2026년의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습니다. AI라는 구원자가 등장했고, 엔비디아는 시총 1위를 다투며, 우리는 기술이 가져올 유토피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시끄러운 파티장 구석에서 마이클 버리가 다시 숏(Short, 매도) 버튼을 눌렀습니다.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또 시작이네." "이번엔 틀렸어." "AI는 닷컴 버블과는 차원이 달라."

하지만 우리가 그를 비웃는 이유가, 그의 분석이 틀렸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이 파티가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기 때문입니까?

오늘 우리는 마이클 버리의 시선으로 시장의 합의된 착각을 해부해 보려 합니다.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직시해야 합니다.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각운(Rhyme)을 맞춘다"

마이클 버리는 지금의 AI 열풍을 보며 닷컴 버블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의 해석은 남들과 조금 다릅니다. 그는 이것을 "데이터 전송(Data-Transmission)의 버블"이라고 정의합니다.

1. 인프라의 함정

2000년, 우리는 광케이블과 인터넷망을 까는 회사들에 열광했습니다. 시스코(Cisco) 같은 회사들이 세상을 지배할 것 같았죠. 하지만 정작 돈을 번 건 그 인프라 위에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만든 회사들이었습니다. 인프라는 깔리고 나면, 필연적으로 공급 과잉을 맞이합니다.

버리는 엔비디아의 GPU가 바로 그 '2000년의 광케이블'이라고 봅니다. 모든 기업이 "AI 뒤쳐지면 죽는다"는 공포에 질려 미친 듯이 GPU를 사재기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를 짓고 또 짓습니다. 그런데 질문을 던져봅시다. "그래서 그 엄청난 GPU로 돈을 벌어들이는 서비스(Application)가 나왔습니까?"

챗GPT 이후, 세상을 뒤집을만한 '돈 버는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나요? 아니면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인프라 투자만 늘리고 있나요? 버리는 후자라고 봅니다.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순간, 거품은 꺼집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닷컴 버블의 각운'입니다.


엔비디아(Nvidia): 성장의 딜레마, 혹은 엔론의 그림자

마이클 버리가 엔비디아를 공격하는 논리는 단순한 '고평가'가 아닙니다. 그는 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회계적 기교를 의심합니다.

1. 순환 출자(Circular Financing)의 마법

버리는 엔비디아의 매출 구조에서 기묘한 흐름을 포착했습니다.

  1. 엔비디아가 유망한 AI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Cash Out)
  2. 그 스타트업은 투자받은 돈으로 엔비디아의 GPU를 구매합니다. (Revenue In)
  3. 엔비디아의 매출이 오르고, 주가가 폭등합니다.
  4. 주가가 오르니 엔비디아는 더 많은 자금력을 갖게 되고,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버리는 이것을 두고 "엔론(Enron) 스타일"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엔론은 자신들이 만든 특수목적법인과 거래하며 매출을 부풀리다 파산했죠. 물론 엔비디아는 실체가 있는 기술 기업입니다. 하지만 '내 돈 주고 내 물건 사게 하는' 식의 매출이 과연 건강한 수요에 의한 것일까요?

2. 감가상각의 비밀

H100, Blackwell 등 최신 GPU는 엄청나게 비쌉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2년만 지나면 구형이 됩니다. 버리는 기업들이 이 고가의 장비를 자산으로 잡아놓고, 감가상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익은 과대포장되고, 비용은 미래로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 재무제표는 피로 물들게 됩니다.


팔란티어(Palantir): 거인은 생각보다 허약하다

버리는 팔란티어를 두고 "가장 운이 좋은 회사"라고 폄하합니다.

1. B2G(Business to Government)의 한계

팔란티어는 CIA, 국방부 등 정부 기관과의 계약으로 성장했습니다. 멋져 보이죠.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정부 예산은 한정적이고, 계약 과정은 까다로우며, 확장이 느립니다. 민간 기업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그곳엔 이미 마이크로소프트, IBM 같은 공룡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버리는 팔란티어의 해자(Moat)가 생각보다 얕다고 봅니다.

2. 경영진의 욕망

버리가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기업이 있습니다. "주주보다 경영진의 배를 먼저 불리는 회사"입니다. 팔란티어 경영진의 주식 보상(Stock-based Compensation) 규모는 악명이 높습니다. 회사가 돈을 벌면 주주에게 환원해야 하는데, 경영진이 보너스로 가져갑니다. 버리는 팔란티어의 적정 주가를 현재의 1/4 수준인 $50로 보고 있습니다.


"난 틀린 게 아니야, 빨랐을 뿐"

많은 분들이 반문할 겁니다. "마이클 버리, 작년에도 틀렸잖아? 2023년에 팔라고 했다가 주가 더 올랐잖아?"

맞습니다. 그는 자주 틀립니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 빠릅니다(Too Early)'. 영화 <빅쇼트>에서 그는 2005년부터 주택 시장 숏을 쳤습니다. 그리고 2년 넘게 펀드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고소 위협을 당했습니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죠. 하지만 2008년, 세상이 무너질 때 그는 홀로 1조 원을 벌었습니다.

"I may have been early, but I'm not wrong." (난 너무 빨랐을지언정, 틀린 건 아니다.) "It's the same thing!" (그게 그거지!)

투자자에게 너무 이른 것은 틀린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손실이니까요. 하지만 관찰자의 입장은 다릅니다. 우리는 마이클 버리의 타이밍을 보지 말고,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봐야 합니다.

그는 지금 당장 내일 폭락한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이 파티장의 기둥이 썩어가고 있다"는 구조적 결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기둥이 언제 무너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썩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최후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리는 기술을 삽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은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욕망을 사고파는 곳입니다.

지금 AI에 대한 기대는 '신(God)'의 영역에 닿아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의 역치도 낮아집니다. 엔비디아의 실적이 조금만 예상을 밑돌아도, 팔란티어의 성장세가 1%만 둔화되어도, 시장은 패닉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입니다.

Action Plan for Readers

  1. 포트폴리오의 '광기 농도'를 점검하십시오.
    • 당신의 자산 중 몇 퍼센트가 AI 관련주에 쏠려 있습니까? 50%가 넘는다면, 당신은 투자가 아니라 도박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2. 익절은 지능순이 아닙니다. 용기순입니다.
    • 지금 수익 구간이라면, 원금 혹은 일부 수익을 현금화하십시오. 현금은 하락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심리적 방패입니다.
  3. 반대편의 목소리를 청취하십시오.
    • 상승론자의 리포트만 읽지 마십시오. 당신의 확증편향을 강화할 뿐입니다. 마이클 버리처럼 삐딱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논리를 읽고, 스스로 반박해 보십시오. 반박이 안 된다면? 그때가 바로 매도 버튼을 누를 때입니다.

Epilogue. 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이클 버리는 자신의 성공을 '운'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를 냅니다. 그는 밤을 새워 수천 페이지의 보고서를 읽고, 남들이 보지 않는 각주(Footnote)를 파헤쳤습니다. 그의 성공은 철저한 분석과 고독을 견디는 인내의 결과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가는 오르고,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소외감이 느껴지십니까?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대중과 함께하면 위로를 얻지만, 대중과 반대로 가면 기회를 얻습니다.

이 리포트가 여러분에게 막연한 공포가 아닌, 냉철한 이성을 깨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파티를 즐기시되, 항상 비상구의 위치는 확인해 두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