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은 왜 어둠을 디자인하는가?

Apple은 왜 어둠을 디자인하는가?
Photo by Ryunosuke Kikuno / Unsplash

우리는 '백색의 폭력' 속에 살고 있습니다.

당신이 오늘 하루 종일 쳐다본 화면을 떠올려 보십시오.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엑셀 시트, 형광등이 내리꽂히는 사무실, 잡티 하나 없이 보정된 인스타그램의 사진들.

우리는 밝음이 곧 정답이라고 믿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더 밝게, 더 깨끗하게,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문명이고 진보라고 착각합니다. 어둠은 불결한 것, 숨겨야 할 것, 제거해야 할 버그(Bug) 취급을 받습니다.

하지만 묻고 싶습니다. 그 과도한 밝음 속에서 당신은 편안합니까? 모든 것이 다 보이는 투명한 공간에서, 당신의 욕망은 자극받습니까?

1933년,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음예예찬(陰翳礼讃)』을 통해 이 광명의 폭력에 저항했습니다. 그는 서양의 문명이 "때를 벗겨내고 하얗게 칠하는 것"이라면, 동양의 미학은 "어둠을 붙잡아 그 속에 아름다움을 짓는 것"이라고 일갈합니다.

놀랍게도 100년이 지난 지금,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불리는 애플(Apple)과 가장 비싼 럭셔리 브랜드들은 다시 이 낡은 책을 꺼내 들고 있습니다. 그들은 깨달은 겁니다. 기능은 빛에서 나오지만, 매혹은 어둠(Shadow)에서 나온다는 것을요.


Chapter 1. 화장실을 명상의 공간으로 : UX의 정점은 '오감'이다

"일본의 변소야말로 정신이 편안해지도록 만들어져 있다... 어스름한 빛 속에 웅크리고 앉아, 희미하게 밝은 장지문의 반사를 받으며 명상에 잠기거나..." - 본문 中

다니자키는 변소를 집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꼽습니다. 현대인들은 기겁할 노릇입니다. 우리에게 화장실은 멸균된 타일과 차가운 도기로 도배된, 오직 배설이라는 기능만을 위한 처리 시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니자키가 말하는 공간의 경험(UX)을 보십시오. 눈을 찌르지 않는 어스름한 간접 조명(Visual),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Auditory), 나무와 이끼의 냄새(Olfactory), 그리고 엉덩이에 닿는 나무의 온기(Tactile).

그는 기능을 넘어 정서를 설계했습니다.

오늘날의 앱과 웹사이트를 보십시오. 정보를 쑤셔 넣느라 여백이라곤 없습니다.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머물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타벅스가 커피가 아닌 제3의 공간을 팔았듯, 애플이 아이폰의 박스를 뜯는 3초의 순간에 집착했듯, 진정한 UX는 스펙이 아니라 '공기(Atmosphere)'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Chapter 2.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집착 : 뒷면의 미학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으로 삼는다. (서양인의 사고방식)... 그러나 우리는 어둠 속에 가라앉히고, 보이지 않는 부분의 연상을 자극한다." - 본문 中

서양의 합리주의는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다니자키는 그릇에 담긴 국물이 보이지 않을 때, 그 어둠 속에서 향기와 온기로 맛을 상상하는 순간이 진짜 미식(美食)이라고 말합니다.

이 철학은 스티브 잡스의 광적인 집착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잡스는 아버지에게 "아무도 보지 않는 장롱 뒷면이라도 좋은 나무를 써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매킨토시 내부의 회로 기판을, 소비자가 평생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을 그곳을 예술품처럼 배열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자기만족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벽하다"는 사실을 고객이 인지하는 순간, 그 브랜드는 신뢰를 넘어 종교가 됩니다. 상세페이지의 하단 푸터, 제품 포장의 안쪽 마감, 오류가 났을 때 뜨는 안내 메시지 한 줄. 남들이 "굳이?"라고 말하는 그 보이지 않는 영역이 당신 브랜드의 격(Class)을 결정합니다.

Chapter 3. 양갱의 색깔과 아이폰의 블랙 : 물성(Materiality)의 힘

"양갱의 색조도... 칠기 과자 그릇에 넣어 살결의 색이 간신히 분간되는 어둠 속에 잠기게 하면 한결 명상적이 된다. 실내의 암흑이 하나의 달콤한 덩어리가 되어 혀끝에서 녹는 것을..." - 본문 中

다니자키는 양갱을 그냥 먹지 말라고 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칠기 그릇에 담아,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혀끝의 무게감으로 느끼라고 합니다.

이 대목은 현대 디자인, 특히 애플의 소재 공학을 예언합니다. 조너선 아이브는 아이폰 화면이 꺼져 있을 때, 그것이 기계가 아니라 검은 보석 덩어리처럼 보이길 원했습니다. 화면과 베젤의 경계가 사라진 완벽한 블랙.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차가운 알루미늄과 유리의 물성.

디지털 시대가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은 물질감을 갈구합니다. 스크린 속의 버튼 하나를 만들더라도, 누르고 싶은 입체감과 그림자를 고민하십시오. 정보는 가볍지만, 브랜드는 무거워야 합니다. 당신의 제품은 고객의 손끝에서 어떤 '무게'로 기억됩니까?

Chapter 4. 금박의 반짝임과 다크 모드 : 빛을 통제하는 기술

"어둠 속에 있는 금병풍이나 금장지가... 뿌옇게 꿈처럼 비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가. 나는 황금이라는 것이 저토록 침통한 아름다움을 보이는 때는 없다고 생각한다." - 본문 中

대낮의 금은 천박합니다. 하지만 촛불 하나 켜진 어두운 방에서의 금은 빛을 아주 조금만 반사하며, 심해의 발광어처럼 은은하게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이것이 바로 현대 UI 디자인의 핵심인 다크 모드의 철학입니다. 단순히 배터리를 아끼기 위함이 아닙니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는 정보를 강요합니다. 하지만 검은 바탕에 떠 있는 텍스트는 정보가 어둠 속에서 스스로 발광하게 만듭니다. 몰입도가 다르고, 위계가 달라집니다.

소리 지르지 마십시오. 형광색 배너, 팝업창, 번쩍이는 효과로 고객의 눈을 공격하지 마십시오. 진짜 럭셔리 매장은 조도를 낮춥니다. 하이라이트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어둠 속의 금박처럼 아주 조금만 쓰십시오. "가장 중요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를 어둠으로 덮는 것." 그것이 디자인입니다.

Epilogue. 풍류는 춥고, 어둡고, 불편한 것이다.

다니자키는 말합니다. "풍류는 추운 것이다." 편리함만을 쫓아가면 우리는 결국 모두 똑같은 모양의 하얀 타일 방(보급형 아파트)에 살게 될 것입니다.

조금 춥더라도, 조금 어둡더라도, 그 속에 깃든 고유한 정취를 지키는 고집. 그 불편함을 감수하는 태도를 우리는 취향이라고 부릅니다.

AI가 모든 것을 최적화해 주는 세상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고 어둑한 인간의 그림자가 가장 비싼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이제, 1933년의 도쿄로 돌아가 그 고집스러운 미학의 정수를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음예예찬(陰翳礼讃) for Tact
음예예찬 (陰翳礼讃) 다니자키 준이치로 제1장 오늘날 집짓기에 취미를 붙인 사람이 순수한 일본식 가옥을 지어 살고자 할 때, 전기나 가스, 수도 따위를 가설하는 문제로 고심하며, 어떻게든 그러한 시설이 일본식 방과 조화를 이루도록 궁리를 거듭하는 풍조가 있다는 것은, 직접 집을 지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요정(料亭)이나 여관 따위의 방에 들어가 보면 으레 눈치채는 바일 것이다.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유유자적하는 다인(茶人)이라면 또 모르되, 적잖은 가족을 거느리고 도회에 거처하는 이상, 제아무리 일본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