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Report] 조수용의 브랜드, 그리고 오너의 자격

1. 브랜드의 생로병사: 쇠퇴는 기회다
- 현상: 영원히 사랑받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위워크(WeWork), 힙스터의 상징 아크네 스튜디오도 시간이 흐르면 낡은 것이 됩니다.
- 재해석: 사람들은 브랜드가 망하면 슬퍼하지만, 조수용 대표는 이를 "자연스러운 인류의 진화 과정"으로 봅니다. 위워크는 뉴욕에서 멈췄지만, 그들이 뿌린 씨앗 덕분에 전 세계 도시마다 더 잘 운영되는 로컬 공유 오피스들이 생겨났습니다.
- 기회: "저 브랜드 이제 한물갔네"라고 비웃지 마십시오. 거대했던 브랜드가 동력을 잃은 그 자리(Void)가 바로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할 기회의 땅입니다. 누군가가 물러나야 새로운 세대가 들어설 수 있습니다.
2. 오너의 그릇 (The Vessel of Leadership)
- 정의: 브랜드의 크기는 절대 오너의 그릇을 넘을 수 없습니다.
- 오해: 그릇을 키운다는 건 대학원을 가거나 전문 지식을 쌓는 게 아닙니다. (음반사 사장이 모든 장르의 음악을 만들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 핵심: "좋은 사람(인재)을 알아보는 눈"입니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일을 맡기고, 그 결과물을 품을 수 있는가?
- 경고: 직원이 가져온 아이디어를 "이거 별로야, 다시 해"라며 본인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오너. 그것이 조직 성장을 막는 가장 큰 병목입니다.
3. 매거진 <B>의 생존법: 철학이 곧 수익이다
- 현실: 매거진 <B>는 우아한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초기에는 "너네가 무슨 미디어냐"며 무시당했고, 오랫동안 "피가 철철 흐르는 적자"를 견뎌야 했습니다.
- 오해와 진실: 사람들은 "돈 많으니까 사회공헌으로 하는 거죠?"라고 묻지만, 조수용 대표는 단 한 번도 돈을 벌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철저히 수익을 목표로 했습니다.
- 역설: "잘 팔릴 것 같은 것"만 쫓았다면 이미 망했을 겁니다. "안 팔릴 것 같지만, 우리의 관점이 담긴 것"을 만들었기에 마니아층(위신 있는 소수)이 생겼고, 그들이 브랜드를 지탱해 주었습니다.
- 교훈: 철학이 밥 먹여주냐고요? 네. 철학이 있어야 '버티는 힘'이 생기고, 버텨야 시장이 열립니다.
4. 태도(Attitude)와 확장성: 툴레와 무지
- 사례 1 (툴레): 자동차 루프박스를 만드는 '툴레'가 유모차를 만듭니다. 이상해 보이지만 '태도'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들의 타겟은 '짐을 싣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아웃도어를 즐기는 아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이를 태우는 유모차도 그들에겐 자연스러운 확장입니다.
- 사례 2 (무지): '무지(MUJI)'가 항공사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이미 상상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기내식 대신 깔끔한 도시락을 주고, 티켓은 재생지일 것 같습니다.
- 통찰: 브랜드 확장의 기준은 '아이템의 유사성'이 아니라 '태도의 일관성'**입니다. 내가 무엇을 파는지가 아니라,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는가"가 명확하면 무엇을 만들어도 고객은 납득합니다.
5. 한국의 경쟁력: 하기 싫어도 해내는 힘
- 속도의 비밀: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일 처리가 빠르고 완성도 높은 민족은 없습니다. 조수용 대표는 이것이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이면 기어이 해내는 인내심"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 적용: 한국 시장은 변화가 극도로 빠릅니다. 이 속도감에 휩쓸리지 말고, 오히려 이 빠른 실행력을 이용해 가설을 검증하고 수정하는 '기민함(Agility)'을 무기로 삼아야 합니다.
6. 조수용의 자기고백: 브랜딩이 아니라 '누적'이다
- 고백: 그는 자신을 '퍼스널 브랜딩 된 인물'로 보는 시선에 반대합니다. 스스로를 "계획만 세우고 실천 못 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INFJ)"라고 칭합니다. 매일 밤 야식을 먹고 후회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 자책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 비결: 다만, "일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 하나로 버텼습니다. 대단한 비전이나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제 했던 고민을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갔기에 지금의 자리에 왔습니다.
- 메시지: "여러분은 이미 충분히 위험하고 대단한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더 새로운 것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을 내일도 반복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 Editor’s Note
- 이번 북토크는 브랜딩 기술론이 아닌, '리더의 수양록'에 가까웠습니다.
-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비자에게 주인이 없는 느낌을 주지 마라"는 조언이었습니다.
- 결정하지 않는 것, 미루는 것, 색깔이 없는 것.
- 이 모든 것이 고객에게는 '주인이 없는 브랜드'라는 부정적 신호를 줍니다.
- 당신의 브랜드에는 '주인'이 있습니까?
- 나보다 뛰어난 사람을 품을 '그릇'이 준비되어 있습니까?
- 이 리포트가 당신의 그릇을 넓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