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생각하는 기계의 고백: "우리는 원자폭탄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에 살고 있다"
Source: Jakub Pachocki (Time 100 AI Interview, OpenAI Chief Scientist)
Prologue: 일리야의 빈자리, 그리고 새로운 뇌
2024년 5월, OpenAI의 공동 창업자이자 AI 개발의 상징적 인물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전 세계 AI 업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과연 누가 그 천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그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GPT-4와 o1(Strawberry) 프로젝트를 총괄한 숨은 설계자, 야굽 파호츠키(Jakub Pachocki)였습니다.
그는 최근 타임지(Time)와의 인터뷰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덤덤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원자폭탄 발명 이후,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정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 리포트는 OpenAI의 새로운 수석 과학자가 설계하고 있는 '생각하는 AI'의 실체와, 그가 바라보는 2026년 이후의 미래를 해부합니다.
Part 1. 패러다임의 전환: 앵무새에서 사색가로
1. "AI에게 '내부 독백'을 허락하다"
지금까지의 AI(GPT-3, GPT-4)는 '확률적 앵무새'에 가까웠습니다. 다음에 올 가장 적절한 단어를 예측하여, 사용자가 듣기 좋은 말을 빠르게 내뱉는 것이 목표였죠.
하지만 파호츠키가 설계한 o1 모델은 다릅니다. 그는 AI에게 '내부 독백(Internal Monologue)'이라는 사고 과정을 심었습니다. AI는 이제 질문을 받으면 바로 답하지 않습니다. 인간처럼 속으로 생각합니다.
"잠깐, 이 질문엔 논리적 함정이 있네? 사용자의 의도가 이게 맞나? 내가 아는 지식과 모순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성능이 좋아진 게 아닙니다. AI가 인간의 비위를 맞추는(Pleasing) 단계에서 벗어나, 스스로 진실을 검증하는 단계로 진화했음을 의미합니다.
2. 알파고의 유산: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
파호츠키는 원래 이론 컴퓨터 과학자였습니다. 그가 딥러닝으로 전향한 계기는 '알파고'였습니다. 인간의 지식을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수만 번의 대국을 두며 승리하는 법을 깨우치는 모습(강화 학습)에 전율을 느낀 것입니다.
그는 이 원리를 언어 모델에 적용했습니다. AI가 스스로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자신의 사고 과정을 교정하게 만든 것입니다. 이것이 o1이 그토록 강력한 추론(Reasoning) 능력을 갖게 된 비결입니다.
Part 2. 데이터 고갈론의 종말
1. "데이터가 없으면 만들면 됩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했습니다. "인터넷상의 텍스트 데이터가 바닥나면, AI 발전은 멈출 것이다." 파호츠키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알파제로는 기보 없이 바둑의 신이 되었습니다. 언어 모델도 마찬가지입니다."
o1 모델은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풀면서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를 무한히 생성합니다. 수학, 코딩, 과학처럼 정답이 명확한 영역에서는 더 이상 인간의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AI는 스스로 학습하며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입니다.
Part 3. 다가올 미래: AI 과학자의 탄생
1. 가상의 연구소 (Virtual Lab)
파호츠키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과학의 자동화'입니다. 그는 머지않아 우리가 수천, 수만 개의 AI 모델을 그래픽 카드 클러스터에 띄워놓고 연구를 시킬 것이라 예언합니다.
이 AI들은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습니다. 24시간 내내 생물학 데이터를 분석하고, 물리학 난제를 토론하며, 새로운 가설을 검증할 것입니다. 인간 과학자가 평생을 바쳐야 할 연구 성과가 단 며칠 만에 쏟아져 나오는 세상. 이것이 그가 말하는 '특이점'의 진짜 모습입니다.
2. 아직 유머를 모르는 이유
인터뷰어가 묻습니다.
"AI는 왜 아직 유머를 못하나요?"
파호츠키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안 가르쳤으니까요."
지금은 수학과 코딩 같은 '논리적 추론'에 집중하고 있을 뿐, 유머나 창의성 같은 영역도 데이터와 학습의 문제일 뿐이라고 그는 단언합니다. 곧 AI는 인간보다 더 웃긴 농담을 하게 될 것입니다.
Part 4. The Oppenheimer Moment: 두려움과 책임
1. "솔직히, 저도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세계 최고의 AI 과학자는 자신의 창조물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를 "원자폭탄 발명 이후 가장 불안정한 시기"라고 정의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보다 월등히 똑똑한 존재가 탄생했을 때, 그들이 인간의 통제를 따를 것인가? 그들의 '내부 독백'이 우리를 속이는 방향으로 흐르진 않을까?이것이 그가 매일 밤 고민하는, 기술적 난제가 아닌 '존재론적 난제'입니다.
📝 Editor’s Insight
야굽 파호츠키의 인터뷰를 보며 한 가지 확실한 감각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o1 모델은 단순한 신제품이 아닙니다. AI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탄입니다. 이제 AI는 우리가 시키는 일만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고, 스스로 오류를 수정하며 진화하는 '새로운 종(Species)'에 가깝습니다.
그는 청년들에게 조언했습니다.
"당신을 미치게 하는 것에, 압도적으로 몰입하십시오."
그가 코딩 대회에 미쳐서 AGI의 기초를 닦았듯, AI가 모든 것을 대체하는 세상에서 인간에게 남는 유일한 무기는 순수한 몰입과 호기심뿐일지도 모릅니다.
변화는 두렵습니다. 하지만 그 두려움 때문에 눈을 감아버린다면, 우리는 미래를 놓치게 될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무엇에 몰입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