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Report] The Thinking Game: 신의 영역에 도전한 천재들
Prologue: 체스판을 떠난 소년, 우주를 꿈꾸다
12살의 데미스 하사비스는 세계 랭킹 2위의 체스 신동이었습니다. 하지만 리히텐슈타인의 한 대회장, 무승부가 뻔한 게임을 10시간째 끌고 가는 상대를 보며 그는 구토감을 느꼈습니다.
"이 좁은 체스판 위에서 내 뇌를 낭비하는 게 맞나? 이 똑똑한 사람들의 지능을 질병 치료나 기후 위기에 쓴다면 어떨까?"
그날 그는 체스를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단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능(Intelligence) 그 자체를 해결한다. 그리고 그 지능으로 세상의 모든 난제를 해결한다."
Part 1. The Beginning: 미친 사람들의 맨해튼 프로젝트
1. 아무도 믿지 않았던 비전
2010년, 하사비스는 셰인 레그(Shane Legg)와 함께 '딥마인드'를 창업했습니다. 그들의 목표는 특정 기능만 수행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처럼 모든 것을 학습하는 범용 인공지능(AGI)이었습니다.
투자자들은 비웃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뭡니까?" 하지만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는 그들의 '광기'를 알아봤습니다. 하사비스는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AI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를 만들 겁니다."
2. 구글의 인수와 조건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합니다. 하사비스는 두 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 윤리 원칙: 우리 기술을 군사 무기나 감시 도구로 쓰지 말 것.
- 독립성: 런던에 남아서 '순수 연구'를 계속하게 해 줄 것. 그는 5,000억 원이 넘는 인수 제안 앞에서도, 돈보다 시간을 샀습니다. AGI를 완성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았기 때문입니다.
Part 2. The Training Ground: 게임으로 지능을 증명하다
그들은 왜 하필 '게임'을 선택했을까요? 게임은 규칙이 명확하고 무한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를 위한 완벽한 훈련장이었기 때문입니다.
1. 아타리(Atari) 쇼크: 스스로 깨우치는 기계
그들은 AI에게 '벽돌 깨기' 게임의 규칙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점수를 높여라"는 명령만 입력했습니다.
- 100판 뒤: 공을 헛침.
- 300판 뒤: 인간 고수처럼 플레이함.
- 500판 뒤: '터널링(Tunneling)' 전략 발견. 벽 한쪽을 뚫어 공을 위로 보내는, 최적의 전략을 스스로 찾아냈습니다. (이것이 AI 창의성의 시작이었습니다.)
2. 알파고(AlphaGo): 인류에게 보낸 신호탄
바둑은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직관의 영역이었습니다.
- 이세돌 9단과의 대국: 전 세계가 지켜본 2국, '37수(Move 37)'. 인간 해설진은 "실수"라고 했지만, 그것은 인간의 고정관념을 깬 AI의 창조적 한 수였습니다.
- Sputnik Moment: 알파고의 승리는 전 세계, 특히 중국에 충격을 주며 'AI 우주 경쟁'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3. 알파제로 & 알파스타: 인간을 초월하다
- 알파제로(AlphaZero): 인간의 기보(데이터)를 배우지 않았습니다. 백지상태에서 스스로와 대국하며 4시간 만에 세계 최강의 체스 엔진을 격파했습니다.
- 알파스타(AlphaStar): 정보가 숨겨져 있고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프로게이머를 10:0으로 압살했습니다.
"이제 게임은 끝났다. 진짜 현실(Science)로 간다."
Part 3. The Holy Grail: 50년 난제, 단백질 지도를 펼치다
하사비스가 게임에 집착했던 진짜 이유. 바로 과학적 발견의 자동화를 위해서였습니다.
1.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 문제란?
단백질은 생명의 기본 블록입니다. 이 아미노산 사슬이 어떻게 3차원으로 접히느냐에 따라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이 결정됩니다. 하지만 그 경우의 수는 천문학적이라, 인간의 실험으로는 단 하나의 구조를 밝히는 데 수년이 걸렸습니다. (지난 50년간 밝혀낸 게 전체의 0.1%도 안 됨)
2. CASP13: 뼈아픈 실패
2018년, 딥마인드는 단백질 구조 예측 대회(CASP)에 처음 출전합니다. 우승은 했지만, 과학자들이 실무에 쓸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너무 오만했다. 생물학은 게임과 다르다." 팀원들은 좌절했고, 프로젝트는 좌초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3. CASP14: 생물학의 특이점
하사비스는 포기하지 않고 '스트라이크 팀'을 꾸려 알고리즘을 밑바닥부터 다시 짰습니다. 생물학적 직관과 AI를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결과가 발표된 날, 팀원들은 이메일을 보고 얼어붙었습니다. "정확도 90점 돌파. 이것은 해결(Solved)되었다."
4. 인류에게 주는 선물
그들은 이 기술을 독점하지 않았습니다. 2억 개에 달하는 지구상 거의 모든 단백질 구조도를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수백 년이 걸릴 신약 개발, 플라스틱 분해 효소 연구가 이제 AI 덕분에 '몇 달' 단위로 단축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류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Part 4. The Future: AGI와 함께하는 미래
1. 시뮬레이션 우주
다큐멘터리에서 하사비스는 일론 머스크와 '시뮬레이션 이론'에 대해 논쟁합니다.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거대한 시뮬레이션일 수 있음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AI는 그 시뮬레이션의 코드를 해독하는 도구일지도 모릅니다.
2. 진실(Truth), 아름다움(Beauty), 호기심(Curiosity)
AGI가 인간을 지배할까? 하사비스는 AI에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을 가장 경계합니다. 그는 미래의 AI가 가져야 할 3가지 핵심 가치를 정의합니다.
- 진실: 우주의 법칙을 탐구할 것.
- 아름다움: 세상의 가치를 알아볼 것.
- 호기심: 인류라는 종을 파괴하는 것보다, 관찰하고 돕는 것을 더 흥미로워할 것.
Editor’s Insight (김도형)
이 다큐멘터리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저는 전율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챗GPT로 메일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 딥마인드는 이미 '신의 영역'인 생명 설계도를 풀고 있었습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말합니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시점에 서 있다. AI는 우리가 만든 도구 중 가장 강력하며, 이것으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 거대한 변화를 '두려움'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한계를 확장해 줄 '날개'로 받아들일 것인가.
딥마인드의 여정은 증명합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도, 끈질긴 지능(Intelligence) 앞에서는 결국 무릎을 꿇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문제를 풀고 있습니까?
그 문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답은 반드시 존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