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미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광기(Madness)의 경영학

[Deep Dive] 미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광기(Madness)의 경영학

Prologue. "대체 미국을 왜 가?"라는 질문이 "어떻게 갔어?"로 바뀌는 순간

2015년, 한국의 대학생 두 명이 실리콘밸리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가진 건 노트북과 에어비앤비 예약증, 그리고 "우리는 구글을 이길 겁니다"라는 허무맹랑한 망상뿐이었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대체 미국을 왜 가? 한국에서 취업이나 하지." "그냥 한국 거 만들어서 번역기 돌리면 되는 거 아니야?"

그로부터 8년 뒤인 2023년. 생성형 AI 시대가 열렸고, 그들이 만든 서비스 '라이너(Liner)'는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 서비스 4위'에 올랐습니다.

이제 사람들의 질문은 바뀌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낸 거야? 어떻게 그 미래를 미리 알았어?"

헤밍웨이는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하냐고 묻고, 나중에는 어떻게 했냐고 묻는다."

이 리포트는 '미친놈' 소리를 듣던 청년들이 어떻게 그 '광기'를 '현실'로 만들었는지, 라이너 김진우 대표의 세션을 바탕으로 분석한 스타트업 생존과 성장의 3가지 법칙입니다.


Chapter 1. 5천만이 아닌 80억을 겨냥하는 법

1. 왜 한국에서 만들고 번역하면 필패(必敗)하는가?

많은 스타트업이 범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일단 한국(5천만 시장)에서 검증하고, 나중에 번역해서 글로벌로 나가자."

김진우 대표는 이를 가장 확실하게 망하는 길이라고 정의합니다.

  • 언어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 통하는 UX, 한국인의 감성으로 만든 제품은 단순히 텍스트만 영어로 바꾼다고 해서 미국인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 맥락(Context)의 차이: 실리콘밸리 사람들의 업무 방식, 그들이 쓰는 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르면 '그들이 쓸 이유가 없는' 제품이 나옵니다.

2. 물리적 몰입: 에어비앤비 합숙의 교훈

라이너 팀은 창업 첫날부터 미국으로 갔습니다. 영어를 완벽하게 해서가 아닙니다. "그들 속에서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 Action: 실리콘밸리의 공기를 마시며, 그들이 어떤 문제에 반응하는지 관찰했습니다.
  • Result: 초기 유저의 80%가 미국/글로벌 유저로 채워졌습니다. 이것이 '글로벌 DNA'가 되어, 이후 전 세계 200개국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Curator's Insight] 글로벌은 '진출'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거기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 비즈니스의 그릇을 5천만 명에 가두지 마십시오. 80억 명을 상대로 놀 때, 제품의 스케일이 달라집니다.


Chapter 2. 예쁜 쓰레기를 피하는 '속도의 기술'

1. "예쁜 쓰레기(Pretty Trash)"의 함정

김진우 대표는 창업 초기,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데 수년을 허비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결과물은 디자인만 그럴듯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예쁜 쓰레기'였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그들이 도입한 것은 극단의 속도전이었습니다.

2. The 1-Week MVP Rule (1주 1런칭)

라이너는 책상 머리에서 고민하지 않고, 시장에 던져서 검증했습니다.

  • Funnel: 브레인스토밍으로 나온 150개의 아이디어.
  • Filtering: 시장 조사 후 8개의 '만들 만한 것' 선정.
  • Sprints: 8주 동안, 일주일에 하나씩 서비스를 만들어 런칭.
  • Decision: 반응이 없으면 즉시 폐기, 반응이 있으면 고도화.

완벽하게 만들어서 3개월 뒤에 내놓는 것보다, 부족해도 1주일 만에 내놓고 욕을 먹는 것이 낫습니다.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3. Office-in-User 전략: 고객을 사무실로 출근시켜라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라이너는 타겟 유저인 '대학원생'들을 아예 사무실로 불렀습니다.

  • Offer: 쾌적한 공간, 무료 커피, 무제한 간식 제공.
  • Return: 그들이 라이너를 어떻게 쓰는지 옆에서 실시간으로 관찰.
  • Benefit: 인터뷰에서는 "좋아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쓰지 않는 행동(Behavior)을 잡아낼 수 있습니다.

[Curator's Insight] "고객에게 물어보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고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릅니다. 물어보지 말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Observe)하십시오. 가장 가까운 곳에서요.


Chapter 3. 모델(Model)이 아니라 문제(Problem)다

1. 기쟁이들의 착각: Research vs Product

최근 5년은 AI 모델의 춘추전국시대였습니다. 엔지니어들은 "누구 모델이 파라미터가 더 크냐", "벤치마크 점수가 몇 점이냐"에 집착합니다. 하지만 김진우 대표는 단언합니다. "고객은 모델 스펙에 관심이 없다. 내 숙제를 대신해주느냐가 중요하다."

2. OpenAI의 'Code Red'가 주는 교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OpenAI조차 내부적으로 'Code Red'를 발령했습니다. 그 내용은 "모델 연구보다 ChatGPT 제품 개선에 우선순위를 둬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승리한 것은 '가장 뛰어난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준 제품'이었습니다.

3. 검색의 본질을 재정의하다

모두가 "검색은 끝났다"고 할 때, 라이너는 8년간 검색 시장을 팠습니다.

  • Existing Search: 문서(Link)를 나열해 주고, 네가 알아서 읽어라. (비효율)
  • Liner's Vision: 문서 뒤에 숨은 '정보(Information)'만 쏙 뽑아서 줘라. (효율)

사람들이 원하는 건 '웹사이트 방문'이 아니라 '정답'이라는 본질을 꿰뚫었기에, 생성형 AI 시대가 오자마자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Epilogue. 담대한 광인(The Crazy Ones)들에게

김진우 대표는 스스로를 '미친 사람'이라고 칭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에 적응하지만, 비합리적인 사람(광인)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모든 혁신은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2015년의 그들처럼, 지금 당신도 누군가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나요? 그렇다면 안심하십시오. 당신은 지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올바른 궤도에 올라타 있는 것입니다.

"Stay Crazy. Stay Hungry." 당신의 담대한 망상이 현실이 되는 그날을 응원합니다.


본 리포트는 EO가 주최한 BOLD SEOUL 2025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라이너 김진우 대표의 [유저 전세계 4등, 정확도 1등, 아직도 미친 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세션을 바탕으로 분석 및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