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Dive] 0.01%의 승부 : 대기업(Grand Maison)을 이기는 '아티잔(Artisan)'의 4가지 생존 법칙
부제: 미쉐린 셰프가 극찬한 책 <샴페인: 거품 속에 담긴 장인들의 이야기(Champagne: Histoires d’artisans au cœur des bulles)> 속, 타협하지 않는 장인들의 경영 철학
Intro. 효율의 시대, 왜 우리는 '불편한 샴페인'에 열광하는가?
샴페인 시장은 거대합니다. 모엣 샹동, 뵈브 클리코 같은 '그랑 메종(Grand Maison)'은 막대한 자본과 마케팅으로 전 세계 어디서나 균일한 맛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실패하지 않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이 책 <샴페인: 거품 속에 담긴 장인들의 이야기>는 정반대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조명합니다. 바로 '아티잔 비뉴홍(Artisans Vignerons)'입니다.
그들은 50%의 수확량을 잃을 각오로 제초제를 쓰지 않고, 편리한 뚜껑 대신 비싼 코르크 마개를 고집하며, 설탕 대신 포도즙을 넣습니다. 자본주의 관점에서 그들은 '바보'이거나 '실패한 경영자'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요? 전 세계 미식가들과 미쉐린 셰프들은 그랑 메종이 아닌, 이들의 샴페인을 구하기 위해 줄을 섭니다.
이 리포트는 책 속에 등장하는 24명의 장인 중, 가장 상징적인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는 4가지 법칙'을 분석했습니다.
Rule 1. 비효율을 자처하라 : "숨 쉬게 할 것인가, 가둘 것인가?"
(Case: 베레슈 에 피스 Bérèche et Fils)

샴페인은 두 번 발효합니다. 특히 병에 넣고 기포를 만드는 2차 발효 기간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이 걸립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병 입구를 무엇으로 막을까요? 99%의 샴페인 하우스는 금속 캡슐(병뚜껑)을 씁니다. 완벽하게 밀폐되고, 가격이 싸고, 기계로 찍어내기 편하니까요.
하지만 책 2장에 등장하는 라파엘 베레슈는 자신의 최고급 라인에 '코르크(Liège)' 마개를 고집합니다. 이것은 경영학적으로 '미친 짓'에 가깝습니다.
- 비용 폭증: 캡슐보다 단가가 수십 배 비쌉니다.
- 노동 지옥: 기계가 아닌 사람 손으로 일일이 막고, 나중에 고정 클립을 제거해야 합니다.
- 불량 위험: 코르크 오염(Bouchonné)으로 술을 버릴 리스크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그는 왜 이 '비효율'을 자처할까요? 그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캡슐을 쓰는 건 창문 없는 방에 갇혀 사는 것과 같습니다. 그 안에서 와인은 질식합니다. 하지만 코르크는 미세한 공기 구멍으로 와인을 숨 쉬게 합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요."
그 결과는? 혀에 닿는 기포의 질감이 '따갑고 거친 탄산'이 아니라, '크림처럼 녹아드는 무스(Mousse)'가 됩니다. 남들이 "굳이?"라고 할 때, 그는 "반드시"라고 말했습니다. 그 '숨구멍' 하나가 명품과 공산품을 갈랐습니다.
[Insight & Apply]
당신의 비즈니스에서 경쟁자들이 "가성비 안 나온다"며 포기한 지점은 어디입니까? 고객은 귀신같이 압니다. 당신이 효율을 위해 '캡슐'을 씌웠는지, 아니면 완벽함을 위해 '코르크'를 박았는지. 압도적인 디테일은 언제나 '가성비가 안 나오는 구간'에서 탄생합니다.
Rule 2. 통제를 포기하라 : "자연을 지배하려 하지 마라"
(Case: 부에트 에 소르베 Vouette et Sorbée)

비즈니스의 기본은 '변수 통제'와 '예측 가능성'입니다. 그래야 가격을 매기고 이익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비오디나믹(Biodynamic) 농법의 선구자 베르트랑 고트로는 이 자본주의의 철칙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사실 그는 1980년대, 샤넬(Chanel)과 겔랑(Guerlain)에서 립스틱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가장 인공적이고 화려한 명품의 세계에 있었던 그가 고향 샹파뉴로 돌아와 선택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야생적인 자연'이었습니다.
그는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를 일절 끊었습니다. 대신 달의 주기와 우주의 흐름에 맞춰 농사를 짓고, 소의 뿔에 똥을 담아 땅에 묻어 지력을 회복시키는 비오디나믹 농법을 도입했습니다. 대기업들은 비웃었습니다. "그러다 병충해 오면 다 망한다",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말이죠.
실제로 2013년, 재앙이 닥쳤습니다. 곰팡이로 인해 수확량의 50%가 증발했습니다. 반토막 난 매출. 기업이라면 파산 위기입니다. 화학 약품을 조금만 썼어도 막을 수 있었던 손실입니다. 주변에서는 "이제라도 약을 치라"고 아우성이었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회고합니다.
"비오디나믹을 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적인 부(Wealth)와 상반되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자연을 지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죠. 생산량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가격 책정도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장'이 아니라 '자연'을 담아내기로 했습니다."
그는 자연이 주는 만큼만 받기로 했습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거칠면 거친 대로 샴페인을 만듭니다. 보당(설탕 첨가)도 하지 않고, 다른 해의 와인과 섞지도 않습니다. 오직 그 해, 그 땅의 날씨와 시련을 있는 그대로 병에 담습니다.
그 결과, 그의 샴페인에서는 비료로 키운 '매끈하고 예쁜 맛'이 아니라, 땅과 투쟁하며 살아남은 포도의 처절한 생명력과 야생성이 느껴집니다. 샤넬의 립스틱을 디자인하던 그는, 이제 그 어떤 명품보다 더 희소하고 진정성 있는 자연이라는 럭셔리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Insight & Apply]
완벽하게 통제된 척, 세련된 척 포장된 브랜드는 매력 없습니다. 그건 인공조미료 맛입니다. 오히려 당신이 겪은 시련, 통제 불가능했던 상황,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날것(Raw)을 드러내십시오.
가장 인간적인 취약성(Vulnerability)을 드러낼 때, 소비자는 당신을 '브랜드'가 아닌 '동료'로 받아들입니다.

Rule 3. 본질을 위해 '편리함'을 버려라 : "설탕 대신 포도즙을"
(Case: 오렐리앙 뤼르캥 Aurélien Lurquin)

샴페인 제조 과정에는 티라주(Tirage)라는 핵심 단계가 있습니다.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으면서 효모와 '당분'을 함께 넣어 2차 발효(기포 생성)를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전 세계 99.9%의 샴페인 하우스는 이때 '사탕무'나 '사탕수수' 설탕을 씁니다. 정제되어 있어 불순물이 없고, 다루기 쉽고, 무엇보다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업계의 상식입니다.
하지만 '천재'라 불리는 오렐리앙 뤼르캥은 이 상식에 미친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순수한 샴페인(포도)을 만드는데, 왜 외부의 재료(사탕수수)를 넣어야 하지? 오직 100% 포도만으로 샴페인을 만들 수는 없는가?"
그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자살행위에 가까운 비효율을 감행합니다. 보통 수확철(9월)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잠도 못 자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오렐리앙은 이 시기에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합니다.
- 올해의 포도 수확: 갓 짠 신선한 포도즙의 15%를 따로 빼둡니다.
- 작년 와인의 병입: 작년에 수확해 1년간 숙성시킨 와인(뱅 클레르)을 꺼내, 방금 짠 15%의 포도즙을 '설탕 대신' 섞어 병에 넣습니다.
이것은 엄청난 노동력과 타이밍 싸움을 요합니다. 남들은 포도 따기도 바쁜데, 그는 작년 와인까지 꺼내 병입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게다가 자연 포도즙은 당도 조절이 어려워 실패 확률도 높습니다. 오크통 하나에 고작 300병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한 술을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갈아 넣습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외부의 개입이 0%인, 순수한 포도 그 자체의 결정체"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편리함을 위해 타협하는 순간, 그것은 '작품'이 아니라 '제품'이 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습니다.
[Insight & Apply]
당신이 관행적으로 섞어 쓰고 있는 '첨가물'은 무엇입니까? (과장된 마케팅, 남의 것을 베낀 컨셉, 불필요한 포장 등).
오렐리앙처럼 가장 본질적인 것(Core)만 남기고 나머지를 덜어내는 용기. 그것이 '하이엔드'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편리함을 버리면, 순도가 올라갑니다.
Rule 4. 잊혀진 것을 다시 꺼내라 : "유행을 쫓지 말고, 원류를 찾아라"
(Case: 에티엔 칼작 Etienne Calsac & 잊혀진 품종들)

26살, 아무런 기반도 없이 할아버지의 땅을 임대해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한 청년 에티엔 칼작. 그가 처음 시작했을 때 샹파뉴의 트렌드는 명확했습니다. 시장에서 잘 팔리고, 키우기 쉽고, 병충해에 강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심는 것. 그것이 성공의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에티엔은 남들이 다 버린 땅, 잡초 취급받는 품종을 쳐다봅니다. 그는 자신의 가문이 처음 시작된 세잔(Sézanne) 지역의 잊혀진 역사에 주목했습니다. 그곳은 과거에 '아르반(Arbane)', '프티 메슬리에(Petit Meslier)', '피노 블랑(Pinot Blanc)' 같은 고대 품종들이 자라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잊혀지고 뽑혀나간 품종들이었죠.
주변에서는 말렸습니다. "돈도 안 되는 걸 왜 심느냐", "그건 잡초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그 '잊혀진 유령'들을 다시 심고 길렀습니다. 남들이 현재의 유행을 쫓을 때, 그는자신의 뿌리(Origin)를 파고들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퀴베의 이름은 <레 르브낭 Les Revenants>입니다. 프랑스어로 '돌아온 자들', '유령', '망령'이라는 뜻입니다.
이 샴페인은 출시되자마자 전 세계 평론가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뻔한 샤르도네 맛이 아니라, 수백 년 전 샹파뉴의 원류를 맛보는 듯한 폭발적인 복합미를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유행'을 쫓는 대신 '기원'을 복원함으로써, 단숨에 대체 불가능한 아티스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책의 저자는 그를 보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름다운 일은 외롭고, 외로운 일은 아름답다."
[Insight & Apply]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 머리를 싸매지 마십시오. 대신 당신의 뿌리(Origin), 잊혀진 역사, 남들이 "이제 한물갔다"며 버린 가치를 들여다보십시오. 모두가 똑같은 미래를 볼 때, 과거를 재해석하는 사람은 독보적인 존재가 됩니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힙(Hip)한 것입니다.
[Epilogue] 샴페인은 술이 아니라 '인생'이다
이 책을 쓴 강보람(Violette Kang) 작가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눈물이 날 만큼 너무나 아름다운 파리,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 때, 내 손에는 빠짐없이 샴페인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나는 샴페인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버텼습니다.
그녀에게,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24명의 장인들에게 샴페인은 단순한 알코올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던지는 '용기'이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걷는 이들의 '동료'였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편안한 길을 두고 사서 고생을 하는 라파엘 베레슈의 미련함을. 자연을 통제할 수 없어 수확의 절반을 잃고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았던 베르트랑 고트로의 단단함을. 가장 바쁜 수확철에 밤을 새워가며 포도즙을 짜내던 오렐리앙 뤼르캥의 집요함을.
세상은 그들을 '괴짜'라고 불렀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아티잔(Artisan, 예술가)이라 칭했습니다. 그리고 끝내, 자신들의 철학이 틀리지 않았음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습니다.
미쉐린 스타 셰프인 서현민 셰프가 요리책 대신 이 책을 서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은 포도 품종이나 양조 기술을 나열한 기술서가 아닙니다. 자신의 길을 의심하지 않고, 고독을 견디며, 끝내 대체 불가능한 '나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의 경영 지침서이자, 영혼의 기록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길을 걷고 있습니까? 효율과 타협하고 싶은 유혹 앞에서 흔들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이유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이 책을 펼치십시오. 샹파뉴의 포도밭에서 흙투성이가 된 채 묵묵히 자신의 포도를 돌보는 장인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 그 어떤 경영서보다 뜨거운 위로와 영감을 줄 것입니다.
"Life can be perfect with Champagne!"
당신의 치열한 하루 끝에, 이 책과 샴페인 한 잔이 완벽한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김도형 드림
[Book Info]
샴페인 : 거품 속에 담긴 장인들의 이야기
(Champagne: The Story of Artisans in the Bubbles)

- 저자: 강보람 (Violette Kang)
- 분야: 예술 / 와인 / 인문 / 브랜딩
- 출판사: 도서담
"한국어로 출간된 최초의 샴페인 전문서이자, 아티잔(Artisan)들의 철학서"
이 책은 샴페인의 역사와 양조 기술을 넘어, 사람을 조명합니다. 샹파뉴 현지에서 생산자들과 동고동락한 저자가 기록한 24명의 아티잔(Artisan)들의 이야기. 대량 생산의 시대에 맞서 자신만의 고유성(Terroir)을 지켜낸 그들의 치열한 삶과 경영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Why Read?]
- For Creators: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용기와 영감을 줍니다.
- For Marketers: '스몰 브랜드'가 거대 자본을 이기는 브랜딩 전략을 배웁니다.
- For Gourmets: 라벨 뒤에 숨겨진 진정성을 읽어내는 '미식의 해상도'를 높여줍니다.
[Endorsements]
"샴페인은 럭셔리한 이미지였지만, 이 책을 통해 생산자들의 진정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샴페인을 만드는 '사람들의 철학'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서현민 (Allen Suh) |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 <알렌> 오너 셰프
"이 책은 샹파뉴의 아름다움과 장인 정신을 섬세하게 담아냈습니다. 한국 독자들이 샴페인의 거장들을 발견하게 도와줄 것입니다."
— 아르노 랄멍 (Arnaud Lallement) | 프랑스 미쉐린 3스타 <라시에뜨 샹프누아즈> 셰프
"그녀의 열정과 존경심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샴페인의 본질을 탐구하고 공유하는 중요한 성취입니다."
— 호뱅 랑팡 (Robin Lenfant) | <라 르뷔 뒤 뱅 드 프랑스>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