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취향은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
Intro. 낭만은 없다, 오직 생존만 있을 뿐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한다고 아우성치는 지금, 우리는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할까요?
무대에 오른 조수용 대표는 '좋은 말씀'을 하러 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운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 소개했습니다. 네이버 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던지고, 모두가 말리는 종이 잡지를 10년 넘게 찍어내며 기어이 생존을 증명한 비즈니스맨의 기록.
사람들은 그를 보며 "돈도 벌었으니 이제 좋은 일(문화 사업) 하시는군요"라고 말합니다. 착각입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돈을 벌고 싶어서 만들었습니다."
이 리포트는 낭만이 거세된, 지독히 현실적인 자본주의적 창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동을 멈추면 소득도 멈추는 당신에게, 이 보고서가 차가운 위로이자 뜨거운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Chapter 1. 비즈니스 모델: 용역(Service)의 굴레를 벗어나는 법
1.1. 당신은 잘 때도 돈을 버는가?
조수용 대표의 고민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의 태생적 한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돈을 받고, 그들의 꿈을 그려주는 사람입니다. 본질적으로 '용역(Service)'입니다.
"디자이너의 비극은 명확합니다. 내가 잠을 자면, 내 통장도 잡니다. 저는 제가 관여하지 않아도, 제가 자는 동안에도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원했습니다."
그가 잡지(Magazine B)를 선택한 이유는 문화 때문이 아닙니다. 복제 가능성(Reproductivity) 때문입니다. 한 번 기획하고 디자인하면, 그 뒤로는 인쇄기만 돌아가면 됩니다. 그는 자신의 업을 시간을 파는 서비스업에서 시스템이 돈을 버는 제조업/자산업으로 전환시켰습니다.
1.2. 광고 없는 잡지? 아니, 유통기한 없는 잡지
매거진B에는 광고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이를 대단한 철학이라 추앙하지만, 그는 이를 철저한 상업적 계산이라 말합니다.
- 광고가 들어가면: 그 달에 팔지 못하면 폐지가 됩니다. (과월호의 죽음)
- 광고가 없으면: 10년 전 호를 오늘 팔아도 신간과 다름없습니다. (자산의 축적)
그는 일회성 매출을 포기하고 영구적인 자산을 택했습니다. 2026년인 지금도 매거진B 1호가 팔리는 이유입니다. 당신의 비즈니스는 어떻습니까? 오늘 한 일이 내일 휘발됩니까, 아니면 10년 뒤에도 팔릴 자산으로 쌓이고 있습니까?
Chapter 2. 타겟팅: 대중은 죽었다, 부족(Tribe)을 찾아라
2.1. 소비자와 고객을 구분하라
조수용 대표는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달리합니다. 그는 소비자(Consumer)와 고객(Customer)을 철저히 구분합니다.
- 소비자: 편의점에서 맥주를 고를 때, 가격표를 보고 아무거나 집는 사람. 이들은 당신의 타겟이 아닙니다. 설득하려 하지 마십시오.
- 고객: 내 취향과 결이 맞아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구하기 번거로워도 기어이 찾아오는 사람.
2.2. 국경 없는 1,000명의 팬
수년간 적자였던 매거진B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설 때문이었습니다.
"전 세계에 브랜드 덕후가 얼마나 많겠어? 그들이 이 잡지 하나를 보면, 나머지 98권도 모으고 싶어질 것이다."
이 가설은 적중했습니다. 마케팅 한 번 하지 않았는데 싱가포르, 태국, 중국에서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취향에는 국경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1,000명입니다.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진짜 팬' 1,000명을 찾는 게임입니다. 1,000명이 반응하면 사업은 됩니다. 대중성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AI 시대, 어중간한 대중을 노리는 서비스는 모두 알고리즘에 잡아먹힙니다. 살아남는 것은 뾰족한 취향으로 뭉친 '부족'뿐입니다.
Chapter 3. AI 시대의 디자인: 결핍이 만드는 아우라
3.1. 완벽함은 싸구려다
2026년, 생성형 AI는 1초 만에 황금비율의 로고를 만들어냅니다. 기술적으로 완벽합니다. 그런데 조수용 대표는 말합니다. "그래서 가치가 없습니다."
"유기농 농산물 브랜드를 만든다고 칩시다. AI가 만든 매끈하고 세련된 로고? 감동 없습니다. 오히려 농부가 흙 묻은 손으로 삐뚤빼뚤 쓴 글씨, 거기서 사람들은 지갑을 엽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은 인간의 결핍과 실수를 돈 주고 삽니다. 매끈한 것은 AI에게 맡기십시오. 당신이 팔아야 할 것은 당신만의 '울퉁불퉁함'입니다.
3.2. 스타일(Style) vs 방향(Direction)
그는 리더의 역할을 재정의합니다. "이 색깔이 좀 더 밝아야 하지 않아?" 같은 '스타일' 간섭은 하지 마십시오. 그건 실무자나 AI가 더 잘합니다.
리더인 당신이 결정해야 할 것은 오직 방향(Direction)입니다.
- "이 기능은 뺍시다."
- "우리는 저 시장으로 가지 않습니다."
- "이 디자인은 우리 철학이 아닙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것.
그것이 AI 시대, 인간 리더가 해야 할 유일하고도 위대한 의사결정입니다.
Chapter 4. 태도: 둥근 사람과 단 한 장의 카드
4.1. 콤플렉스 없는 사람을 뽑아라
조직을 망치는 건 무능한 사람이 아닙니다. 똑똑한데 자아가 비대해진 사람입니다. 조수용 대표는 채용 시 스펙보다 멘탈을 봅니다.
"피드백을 줬을 때 상처받고 숨어버리는 사람은 같이 일 못 합니다. '아, 수정할게요' 하고 훌훌 터는 둥글둥글한 사람. 콤플렉스가 없는 사람. 그들이 결국 끝까지 갑니다."
4.2. 시장을 세 바퀴 도는 신중함
그는 의사결정이 느립니다. 어릴 적, 가진 돈이 딱 한 번 쓸 만큼밖에 없어서 시장을 세 바퀴 돌고 나서야 물건 하나를 샀던 습관 때문입니다.
이 절박한 신중함이 그의 감각을 만들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선 많이 경험해야 합니다. 커피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원두의 산지와 품종을 알아야 합니다. 알지 못하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마시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것을 '내 취향'이라 믿지 마십시오. 치열하게 탐색하고, 비교하고, 내 손으로 직접 고른 '단 한 장의 카드'만이 당신의 자산이 됩니다.
Epilogue. 변화는 두렵지만, 멈춰있는 것은 더 위험하다
네이버 부사장 시절, 그는 인생에서 가장 큰 후회를 남겼습니다. 퇴사하며 네이버 주식을 다 팔아버린 것입니다. 그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 훨씬 더 큰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말합니다. "그 주식을 팔았기에 매거진B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돈 대신 내 브랜드를 얻었습니다."
2026년, 세상은 지도보다 빨리 변합니다. 완벽한 준비는 불가능합니다. 조수용 대표조차 "매일 아침 결심하고 매일 저녁 실망한다"고 고백합니다.
중요한 건, 남의 답(알고리즘, 대중의 유행)이 아니라 내 질문(취향, 가설)을 가지고 덤비는 것입니다. 취향 없이 늙어가지 마십시오. AI 시대에 그것만큼 위험한 도박은 없습니다.
Action Plan: 당신의 비즈니스 점검표
이 리포트를 덮기 전, 다음 질문에 스스로 답해 보십시오.
- [모델 점검] 당신의 비즈니스는 용역(Service)입니까, 자산(Asset)입니까? 당신이 잠든 사이에도 시스템이 돌아갑니까?
- [타겟 점검] 당신은 100만 명의 소비자(Consumer)를 설득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1,000명의 팬(Customer)을 찾고 있습니까?
- [취향 점검] 당신이 판다고 하는 그 물건/서비스에 대해, 당신은 얼마나 집요하게 알고 있습니까? AI보다 더 깊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 [디자인 점검] 당신의 브랜드에는 인간의 결핍이나 투박한 진심이 묻어 있습니까? 너무 매끈해서 매력이 없는 건 아닙니까?
이 리포트는 2026년 1월 7일 HOC 멤버십 토크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취향을 가진 이들이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취향'을 응원합니다.